호르몬 변화가 부른 우울감·수면장애, 초기 대처 중요

과명 : 정신건강의학과 / 교수명 : 강희주

호르몬 변화가 부른 우울감·수면장애, 초기 대처 중요
우울증 확인되면 약물·정신·인지행동 치료 등 통합치료


부부가 요즘 서로가 달라진 것 같다고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남편이 말하는 부인은 여러 역경에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온 현명한 아내였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을 해나가고 있고, 걱정할 것이 특별히 없는데도, 쉽게 넘어갈 일에도 짜증을 많이 내고, 외롭고 허전하다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이곳저곳 아프다고 자주 말합니다. 제법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반팔을 입고 생활하기에, 아픈 곳이 많다고 하는 것도 걱정되어, 옷 좀 잘 입으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금방 울컥하며 눈물을 쏟기도 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가 올 것 같다며 불안해합니다. 

아내가 말하는 남편은 저녁마다 산책도 함께 다니고,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회사에서도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는 든든한 가장이었다고 합니다. 1년 전부터, 등산이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평상시와 다르게 힘들어하고, 피곤해하며 함께하던 운동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일에서도 실수가 잦고, 시간이 오래 걸려 자신감도 떨어져 보입니다. 술을 한 잔 하게 되면 눈물을 흘리기 일쑤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에 서운해하며 토라지거나, 아내와 함께 나누던 소소한 이야기도 잦은 다툼으로 연결되어 피하기만 한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갱년기의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도 합니다. 갱년기는 난소 및 고환에서 생성되는 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소실되는 과도기를 의미합니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정상적인 월경이 중지되는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폐경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느 한 시점에 일시적으로 발생되지 않고 상당기간에 걸쳐, 호르몬이 변동되며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함께 월경의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폐경이행기를 거쳐 일어납니다. 남성의 경우도 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지만, 여성처럼 완전히 호르몬의 분비가 소멸되지 않고 개인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폐경이행기·갱년기시기에는 호르몬의 감소·소실로 홍조, 야간발한, 피로감, 관절통, 불안, 불면 등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고 이러한 변화들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시기에 경험하는 기분변화를 갱년기의 호르몬변화로 단편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모든 갱년기에 놓인 사람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며, 경험하더라도, 대개 어려움이 크지 않고, 잘 대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환경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갱년기를 경험하는 중년이라는 시기는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 다양한 상실과 그에 따른 변화를 준비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질병이나 장애로 인한 건강적인 상실을 경험하기도 하고, 자녀들의 독립, 부모님의 사망과 같은 사회지지체계의 상실을 경험하거나, 실직, 퇴직, 은퇴 등으로 사회적인 지위의 상실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갱년기 우울증은 호르몬 감소와 같은 생물학적 취약성이 다양한 상실과 같은 스트레스, 성격적 특성이나 가족력과 같은 개인의 취약성 등과 상호 작용해 나타나는 질병임을 인지하고 통합적인 치료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벼운 증상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갱년기 우울증증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경우, 우울하고 슬픈 느낌 뿐 아니라 과민함, 긴장감, 잦은 기분변화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또한 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이전에 쉽게 처리하던 일들을 매우 큰 부담으로 느끼며 시작하기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홍조, 식은땀 등과 함께 다양한 신체증상을 경험합니다.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소화가 잘 안되고, 변비가 잘 생기며,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나 근육통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수면의 음의 병이므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환자들에게 활동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그러한 노력을 해보려는 의욕조차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 스스로 어떤 시도를 하는 것도 어렵고 아무리 노력해도 활동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은 뇌의 기능변화로 발생하는 질병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가에게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년이라는 시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순발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시기이지만, 문제와 핵심파악능력, 위기대처능력의 절정의 시기라고 합니다. 경험할 수밖에 없는 갱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균형있게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준비하는 디딤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질이 떨어지는데, 야간홍조 및 열감과 관련하여, 자주 깨고,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피곤함을 쉽게 느낍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직업,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갱년기 이전에 우울증을 경험했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생리 전 증후군과 같이 월경주기에 맞추어 기분증상이 있었던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평소에도 불면증이 있었던 경우는 적극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개입없이 우울증상이 심해지면 합리적인 사고가 방해되고, 자살시도와 같은 극단적 행동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합니다.  

우울증은 초기에 잘 대처한다면 증상의 악화나 다른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대처나 치료를 늦게 받는 경우에는 증상이 만성화되고 생활에 여러 장애를 야기합니다. 정신건강의학적 평가 결과 우울증이 확인된다면, 약물치료, 정신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과 같은 통합적인 방법으로 기분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적응증이 되는 환자에서 정신건강의학적 전문치료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우울증을 경험하는 환자 및 가족들 가운데 마음의 병이므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환자들에게 활동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그러한 노력을 해보려는 의욕조차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환자 스스로 어떤 시도를 하는 것도 어렵고 아무리 노력해도 활동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은 뇌의 기능변화로 발생하는 질병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가에게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년이라는 시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순발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시기이지만, 문제와 핵심파악능력, 위기대처능력의 절정의 시기라고 합니다. 경험할 수밖에 없는 갱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균형있게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준비하는 디딤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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